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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1. 기획 일반: 스터디, 외부기고, 세미나, 교육 자료 등

200703 Second Life로 본, 시뮬라크르와 브랜딩

by SUPASONIC 2025.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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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Life로 본, 시뮬라크르와 브랜딩

 

1. 인식만이 실체다 -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Scene #1: 인기 HipHop Club ‘Anonym’
플로어에는 이미 끼어들 틈도 없을 정도로 많은 아바타들이 춤추고 있었고, 채팅창에도 대화들이 쉴새 없이 오르고 있었다. 

멀뚱멀뚱 보고만 있자니 괜히 위화감만 들고, “Wassup! Guys”라고 말을 걸어봐도 누구 하나 답해주지 않는다. 

‘얘들은 어떻게 춤을 추는 걸까?’ 바닥에 얼핏 어떤 Object가 보인다. 

다가가 살펴보니 Slow, Fast Dance, HipHop, Soul, Funky 등 여러 개다. 

Right-Click을 해 ‘Take’하니 내 아바타가 드디어 춤을 추고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Groove! Groove! Groove!
클럽에서 있을법한 일을 SL(이하 세컨드라이프)에서 그대로 잘 구현했다는 느낌이 드는가?
웹이 오프라인을 가상으로 구현했다면 SL은 오프와 웹을 통합해 3D GUI로 구현했다. 

새로운 인식체계가 요구되는 미디어다. 

SL에서의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유저에 걸맞는 새로운 Value Proposition이 필요하다. 

사실 경험, 인식의 기반은 다분히 현실 지향적이다. 

우리가 회화나 사진 등의 예술작품을 보고 드는 감정이 현실과 모사와의 차이를 발견하고 새롭게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SL은 현실과 유사한 모습의 또 다른 세상에서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새롭게 그 세상을 구성하는 즐거움이다. 

쟝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Simulacra). 실재(實在)보다 더욱 실재적(實在的)인 허구. 오히려 더 매력적인 허구다. 

브랜딩은 ‘인식의 싸움’이라는 명제를 여기서도 재확인할 수 있다. 

제품이 지닌 속성보다는 그 제품에서 이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므로.

2. 인식이 실체가 되기까지
SL은 게임이 아니다. 부여된 목표나 강요된 의무가 없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시뮬라크르가 실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성요소들을 살펴보자. 

(Example 1: SL의 인식구조)

2-1. Creativity: 새로운 가치 만들기
SL에서 누군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면 유저들은 그곳에 모여든다. 

현재 어떤 곳이 인기 있을까? 

단연 Casino, Sex, Dance Club이 우세다. 

(Example 2: Popular Places) 

이런 공간은 어떻게 만들까? 

SL의 묘미는 Object & Script를 통한 창조(UCC)에 있다. 

(이걸 팔면 돈이 되고, 이 사이버머니는 현실에서 환전 가능하다.) 

(Example 3: O & S) 

자동차로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자체의 디자인은 Object다. 

이 Object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것이 Script다. 

현재 SL에 존재하는 수 백만 개의 유, 무료 Object & Script는 UCC의 또 다른 모델이기도 하다. 

유, 무료 정책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뿐 별도의 가이드도 없다. 

그야말로 모든 부분에 있어 '열린 구조'다. 

이러한 방식의 UCC가 만들어 낼 무한대의 가능성을 상상해보라. 

텍스트, 사진, 동영상이 주는 재미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재미, 그것이 첫 번째 구성요소다.

2-2. Relationship: 관계 맺기
일상의 모습을 담는다고는 하지만 사실 '보여주고 싶은 일상만'을 담는 Cyworld나 MySpace.com의 자기표현 방식과 SL은 다르다. 

정체성도 미묘하다. 

가입 시 몇 가지 기본 캐릭터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아바타를 '튜닝'해주지 않으면 똑같은 모습의 초보가입자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이 때의 감정은 현실세계에서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욱 당혹스럽다. 

예쁜 모습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만이 아닌 자신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여러 Object를 직접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날개 달린 천사 모습으로 다른 이의 가이드가 되어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원하는 정체성이 투영된 캐릭터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 이것이 두 번째 구성요소다.

2-3. Communication: 대화의 기술
SL에서 채팅의 필요성과 재미가 극대화 된다. 

무엇인가 알아내고 얻기 위해 필요한 건 '대화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그렇듯이. 

대화의 기술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SL은 분명 현실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그대로 통용되지는 않는다. 

Nissan을 보자. 

(Example 4: Nissan Vending Machine) 

유저들이 반응하는 좀 더 유쾌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이것이 SL의 문화다. 

자신이 원하고, 느끼고,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사실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론 쉽다. 

현실과 같이 모든 ‘자기 행복 추구’가 곧 SL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3. 시뮬라크르에서 브랜딩을
Scene #2: 인기 HipHop Club ‘SONY’
세계 1위 B-boy Crew의 Dancing Object를 실행했다. 

Groove! Groove! Groove! 
때마침 나오는 음악은 Justin Timberlake의 ‘Sexy Back’. 

아바타와 옷, 헤어스타일 등이 전부 Music Video에 출연했던 Justin처럼 바뀐다. 

춤도 이 음악에 맞게 바뀐다. 

대화창에 ‘Wow’, ‘Awesome’, ‘Excellent’ 일색이다. 

몇몇이 내 Dancing Object를 어디서 구입했냐고 물어봐서 SLurl(Second Life’s URL)을 알려주었다. 

누군가 구매했고 판매수익 일부가 내게 커미션으로 적립되었다.
이러한 무한한 가능성에도 아직 폭발적인 이용자 증가는 없다. 

전체회원이 아직 500만이 안된다. 

단지 이용이 어려워서,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막막해서 일까? 

하지만 지금도 5% 미만의 Early Adopter들은 SL안에서 새로운 가능성, 가치,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에 반응해 새로운 이용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 증가를 위해 SL도 ‘새로운 가치가 유저의 무의식이 원하던 바와 일치한다’는 인식을 실체화할 브랜딩이 필요하다. 

‘뭐든 할 수 있는 SL’이라는 메시지는 와 닿지 않는다.

매니아들 만을 위한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Chasm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SL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Example 5: SL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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